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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짜장 은하에 빛나는
guajira  2018-04-08 01:03:26, 조회 : 54, 추천 : 17

 


밥의 빛 4 . 내 청춘의 짜장 꼽배기

나는 대학 4년 동안 줄기차게
점심에 짜장면 곱빼기를 먹었다  
1학년 땐 교양과 필수를 위해 먹었고  
2학년이 되고 전공을 배우면서
동기들이 얼큰한 장래를 위해 짬뽕을 찾을 때  
나는 짜장에 고춧가루를 듬뿍 뿌리며
짬뽕이 이루는 꿈을 짜장에서 찾으려 했다
내 메뉴가 비록 틀렸다 하더라도
내가 택한 전공이 나와 안 맞다 하더라도
나무젓가락 휘도록 비벼야 한다고 다짐했다  
3학년에 되자 나와 짜장은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단골 중국집에서는 나를 모범 단골로 찍었고
쥔아저씨는 나의 줄기찬 짜장의 길에
계란후라이나 계란국을 따로 내주며 격려해주었다  
비가 와도 꽃가루가 날려도 낙엽이 떨어져도 먹었고
최루탄이 터지면 재채기를 하면서 먹었다
4학년이 되자 나는 짜장 학도로 소문이 났다
학교 구내식당 주방 아주머니들의 초대를 받았다
아침 7시 . 학교식당 주방 엄청 큰 솥에
펄펄 끓어나온 그날의 첫 짜장을 면에 얹어
아침 안개 사이로 들리는 새소리처럼
잘 비빈 면을 짹짹짹 빨아들였다
졸업식날 . 내 절친 승이는 . 내 졸업장이
짜장으로 인쇄되었을 거라며 냄새를 맡으려 했다
나는 내 전공에 대해 갈등할 때마다
짜장을 넘실넘실 비비며 묻고 물었다
“짜장아 짜장아 . 내 길이 맞을까?”
내 대학 시절은 한 그릇의 짜장 꼽배기에
들어있다 . 고춧가루가 붉은 별들이
깜깜한 짜장 은하에 빛나는  
          
비스킷이 연애편지 도시락을 배달하다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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