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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먼 어딘가로 날아갔다
guajira  2018-03-03 21:31:13, 조회 : 69, 추천 : 18

 


방문을 열자 복도에서 어둠이 확 밀려왔다
목조바닥이라 양말 신은 발소리에도 진동이
울려왔다 . 나무벽체의 묵직한 냄새가 서늘한
공기 속에 떠돌았다 . 조령은 방문에 얼굴만
내밀고 손가락으로 욕실 위치를 가리켰다
오줌을 누고 물을 내리는 소리가 거대한 함성처럼
사람들이 쫒아오는 소리로 들렸다 . 방에 오니
조령이 노트에 도둑과 잉어를 그리고 있었다
그녀네 집에서 오줌까지 누고나니 희한하게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 우리는 딱 붙어서
그녀의 그림을 보며 조근조근 이야기를 했다
한순간 . 방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 쉿
조령이 손가락을 입에 대며 탁상등을 껐다
돌연 완벽하게 깜깜해졌다 . 창에 커튼을 가려서
빛이라곤 없었다 . 엎드려 . 조령이 속삭였다
사락사락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 침대로
침대가 어디있지 . 쉿 . 조령이 내 스웨터를
끌어당겼다 . 엉금엉금 기면서 . 부딪치고
끌고 밀며 기어갔다 . 내 손에 동그랗고
부드럽고 조그만 게 잡혔다 . 양말 신은
조령의 발꿈치였다 . 문밖의 소리는 나무바닥을
울리며 이쪽으로 오는 듯했다 . 가슴이 쿵쿵
뛰는데 어깨가 빼뺴한 조령의 어딘가에 닿았고
머리통이 딱 부딪쳤다 . 침대가에 닿았다
우리는 두마리의 놀란 두더쥐처럼
침대 위로 미끄러져 이불속에 파고들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이불 속에는
혼곤한 열기와 녹진한 냄새가 딴 세계처럼
출렁였다 . 나는 엎드린채 얼굴이 문어처럼
빨개져 있었을 것이었다 . 시간이 째깍째깍 흘렀고
몸을 조금 움직이면서 가냘픈 무언가가 닿았다
손이었다 . 손가락이 손가락에 놀라다가
손가락이 손가락을 간질다가 꼬구려 붙잡았고
그와 동시에 나는 먼 어딘가로 날아갔다

비스킷이 연애편지 도시락을 배달하다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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