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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 가락국수처럼
guajira  2018-03-03 21:26:00, 조회 : 70, 추천 : 18

 


재래시장 점포들 사이 귀퉁이에서
나물 노점을 펼친 두 할머니가
대파를 다듬고 있다 . 흙뿌리에서 싱그런
녹빛과 하얀 파의 바디라인이 나온다
신문지 덮은 쟁반을 머리에 인
뚱뚱한 아줌마가 할머니들 앞에 쟁반을
내려놓는다 . 좌판 위 판떼기에
국수 두 그릇이 놓인다 . 가락국수다
유부와 파송송만 떠있는 넘 소박한 국수
두 할머니가 나무젓가락으로 국수를 먹는다
굵은 주름이 나목가지처럼 패여있는
손이 야윈 젓가락에 면발을 집어
호르륵 먹는다 . 가락국수는 애틋하게
심플하다 . 저 국수를 저기까지 배달하는
가게는 어디 있을까 . 배달해온
아줌마는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할머니들을 지켜본다 . 매서운 겨울이
할머니들과 아줌마를 비껴서 지나가는 듯하다
가락국수는 순하디 순한 면발로 젓가락에
감겨든다 . 차가운 바람이 부는 시장통
한 구석에 따스한 국수가 제 할일 다 하며
식어간다 . 먹는다는 것은 성스럽다
겨울날 재래시장에서 나 정녕
한 그릇 가락국수처럼 살고싶다

비스킷이 연애편지 도시락을 배달하다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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