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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 머시마야
guajira  2018-02-09 17:18:38, 조회 : 67, 추천 : 17

 


어릴 때 만나는 절실한 이미지는 평생을 간다
그 이미지가 힘들게 얻은 거일수록 선명하게 남는다
12:53 . 나는 집 앞으로 나왔다 . 고요하다
온몸을 조여오는 고요다 . 깜깜하게 불이 꺼진 길
통행금지의 길이다 . 출입이 통제된 시간
방범대원들이 순찰을 돌 것이다 . 만약에
붙잡힌다면 . 정신이상 소년으로 하얀 구급차에
태워 하얀 벽 병원으로 데려갈지도 몰랐다
나는 옆구리에 엘피 두장을 끼고 털모자를 쓰고  
열네살에 국경을 넘은 스파이처럼
벽에 딱 붙어서서 사주경계를 했다 . 내 생애
성탄절 빼고 자정 넘어 첨 나온 길이었다  
불알과 사타구니가 쫄쫄이 내복을 입은듯이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 우리집 건물을  
돌아가면 바로 조령네 집 담장이 나타나는
짧은 길이었다 . 길건너 약국 앞에         까만
길냥이들이 모여서 눈에 노란 불을 밝히고
나를 보고있었다 . 야행성들끼리 노려보면
어쩐단 말인가 . 우린 밤에 볼일 있는 포유류들
벽면에 딱 붙어 조령네 담장으로 왔다
이제 저 벽돌담을 넘어야했다 . 엘피를 먼저
던져넣을까 하는데 . 톡톡톡 소리가 났다
담장의 끄터머리에서 날카로운 속삭임이 들렸다
“야 . 머시마야!”
조령이 벽돌담 끄터머리 뒷문을 열고 서있었다
그 순간 조령의 모습은 평생 나한테 남아있다
쓰레빠에 파자마바지에 낙타빛 피코트 깃을 세우고
긴장으로 하얗게 질린 얼굴에 반가움이 밀려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입김을 호호 내쉬는 모습이
명왕성의 언덕에서 만난 외계인처럼 신비로웠다
쌩고생하고 만나는 모습은 평상시랑 달랐다
고난의 가치가 더해진 빛이 거기에 있었다          
우린 금기를 넘어온 동지애의 미소를 나누었다  
        
비스킷이 연애편지 도시락을 배달하다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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