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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쯤의 종이 댕댕댕 울려퍼졌다
guajira  2018-01-04 23:44:08, 조회 : 9, 추천 : 0

 


우리가 길을 걸어가면 . 방향은 그녀가 정했다
갈림길에 오면 그녀는 벙어리장갑 손을 들어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 마치 바람의 방향을
느끼려는 듯 털모자 방울을 갸웃하다
진로를 정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랐다
그녀의 오렌지빛 벙어리장갑은 깃발처럼
살랑살랑 나를 끌어갔다 . 우리는 고요했고
장갑속의 손가락처럼 마음은 늘 꼼지락거렸다
걷다가 셔츠 광고 간판을 한참 보았고 . 길 위의
비둘기를 위해 멈추어섰고. 빈그릇들을 눈높이까지
쌓아서 들고가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마음과 마음이 눈덩이로 굴러가듯 걸었다
나는 폼나는 말이 떠오를 때까지
침묵하기로 했기에 과묵한 척 걸어갔다
공원으로 가는 길다란 계단 앞에서 그녀가
멈춰서서 . 소중한 뭔가를 잃어버린 듯한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 일렁이는
눈빛으로 망설임을 삼키며 그녀가 물었다
“이름이 뭐야?”
내 이름은 클린트이스트우드나 장동휘처럼
멋지지 않기에 . 출석 부르듯 대답했다
그녀가 새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 이름은 조령이야”
먼데서 천개쯤의 종이 댕댕댕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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