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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들의 굿모닝
guajira  2018-01-04 23:38:15, 조회 : 8, 추천 : 0

 


길거리 토스트 . 콩들의 굿모닝

겨울 아침 출근길 . 너는 나에게로 오고
나는 의식을 못한 채 너에게로 가고 있다
우리는 다른 세계에서 사는데
만나서 알아볼까 . 알아보리라 믿고싶다  
세월은 세상을 희미하게 지워갔지만
마음 속에 갇혀있던 이미지는 못 건드린다
너는 지하철 계단에 구두굽 소리를 울리며 온다
나는 너의 모카빛 코트 자락을 본다
아득한 기억 속에 너의 걸음걸이가 떠오른다
야윈 몸이 휘청이듯 바람 속의 잎처럼 걸어온다
너는 길바닥 토스트 노점 앞에 선다
너는 마아가린 향을 깊이 들이마신다
안개빛 노랑의 노스탈지어 냄새가 퍼져온다
아줌마가 철판에 네모난 마아가린을 문지른다
아줌마는 추억 소나무산에 산불을 지른다  
나는 마아가린 향을 산소처럼 깊이 호흡한다
내가 노점 차양 아래로 걸어온다  
냅킨에 싼 달걀 토스트를 한 입 베어먹으며
우리는 눈이 마주친다 . 냅킨 끝이 조금 떨린다
케첩 달걀 맛이 가슴에 휘몰이 장단을 울린다
너는 뺨이 당근빛으로 발갛게 피어오른다
우린 고개를 숙인채 토스트를 옛 편지처럼 먹는다
너는 연탄불에 올려진 양은 대야에 잠겨있는
베지밀을 든다 . 나도 그 콩물 유리병을 든다
너가 유리병을 흔든다 . 나도 너를 보며 흔든다
두개의 콩물이 흔들리고 콩들이 굿모닝 한다
너는 여린 미소를 싱그러운 풋콩처럼 떠올린다
우리는 함께 웃는다 . 따스한 콩들의 미소다
달걀에 따다다 박힌 당근처럼 즐거워진다
너는 귀걸이를 찰랑이며 고개를 흔들며 웃는다
햇살이 눈부시게 너의 머릿결을 출렁인다
우리는 한손에 토스트 한손에 유리병을 든 채
서로의 가슴과 가슴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비스킷이 연애편지 도시락을 배달하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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