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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 드라마를 찍고 있었다
guajira  2018-01-04 23:31:47, 조회 : 45, 추천 : 15

 


나는 너를 생각한다 . 아직 좋은지 모르지만
너 생각이 자꾸 난다 . 생각이란 건 드러내지
않으면 바다 속에 잠긴 보석빛 산호일 뿐
나랑 건너집 여자는 서로를 보이고 싶어했다
우리의 사이는 위치적 요소가 자연스레
지배하였다 . 나는 3층에서 1층이 있는 그녀를
늘 내려다보는 남자였고 . 그녀는 보이는  
여자였다 . 나는 그녀의 일상을 조금씩 보았다
그녀가 머리에 수건을 쓰고 열네살 조그만 몸에
헐렁한 병아리빛 울스웨터를 걸친 모습은
‘누구를위하여종은울리나’였다 . 나는
그녀라는 명작 영화를 매일 유리창 스크린으로
바라보았다 . 내 방에서는 그 집 거실
8개의 1800밀리미터 높이 유리창을 통하여  
하얀 커버가 있는 의자 두 개가 보였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늘 뭔가를 그렸다
나는 나대로 폼을 잡았다 . 리어카에서
파는 우유커피를 흉내내며 . 인스턴트 커피에
전지분유를 듬뿍 섞어서 유리잔에 마셨다
끓는 물을 붓느라 유리잔을 두개나 깨먹고
엄마한테 등짝을 찰싹찰싹 맞았지만 . 폼을
위한 열네살의 집념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나는 방 안에서 . 바람부는 들녁에 선
제임스딘처럼 잠바 깃을 올리고 반항아
포즈로 유리 커피잔을 들고 있었고 . 그녀는
크림빛 박스형 원피스 차림으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나탈리우드였다 . 우리는
서로를 연출하며 상대방의 눈길 카메라로
풋냄새 나는 로망 드라마를 찍고 있었다

비스킷이 연애편지 도시락을 배달하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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