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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완벽한 동족이었다
guajira  2017-12-26 17:19:45, 조회 : 55, 추천 : 18

 


나랑 길건너집 여자애는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 그 집에 그녀가 있다는 걸 알고나자
내 방 창은 의미가 달라졌다 . 그녀는
망명한 공주처럼 나타났고 . 나는 스파이처럼
그녀를 탐구했다 . 우리는 서로의 방 창문
불빛을 바라보는 . 등대지기 같았다 . 밤이면
불을 하나씩 밝혀두고 . 서로의 섬 불빛을
보면서 잠이 들었다 . 우리는 창가의 아이들이었다
우리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두근거리는
심장과 간과 콩팥을 성숙시켜나갔다
길에서 다섯 계단 올라가는 그녀 집 현관
초인종 소리는 . 내 몸 어딘가에 전류를
흐르게 하였다 . 내가 운동장에 축구를 하고
땀 범벅이 되어 방안에 들어온 오후
그녀는 현관 앞에서 교복을 입고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 깡마른 여중생 특유의
자루처럼 헐렁한 은은여중 겨울 교복은
웃기게 귀여운 모드였다 . 나는 그 짙푸른
세일러복 자주빛 스카프를 보며 충동이 일었다
창을 드르륵 열고 우리의 첫 말을 꺼냈다
“야 . 너 몇학년이야?”
대한민국 중딩 표준 수준의 첫마디였다
그녀는 빤히 바라보는 커다란 눈으로 말했다
“2학년!”
목소리 끝에 가냘픈 금속성이 묻어났다  
거짓말이다 . 겨울방학의 중1은 중2라고
구라치는 것이다 . 우린 완벽한 동족이었다
거짓말쟁이들의 눈과 눈이 마주쳤다

비스킷이 연애편지 도시락을 배달하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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