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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결코 어둡지 않았다
guajira  2017-12-26 17:13:09, 조회 : 48, 추천 : 18

 



나는 열네살이 되었다 . To부정사로 달콤한
연애 영작을 할 수 있었고 . 관계대명사가 연애
관계랑 뭐가 있을 거 같았다 . 늘 창가에
의자를 놓고 라디오를 들었다 . 비틀즈
비치보이스 . 드리프터즈 .. 그리운 로큰롤
시대였다 . 길 건너집 겨울 정원에는
은은한 빛들이 미래의 봄을 향해 숨을
틔우고 있었다 . 그 집 정원사 할아버지는
키가 컸고 트위드 베레모를 쓰고 나무들 사이로
사뿐사뿐 걸었다 . 꽃나무들을 어린애처럼
보살피며 한낮 두어 시간을 보내다가 . 일을
마치면 얼음이 덮인 두 개의 연못가에 서서
나무들의 속삭임을 듣는듯 고개를 갸웃하고
머물다가 떠났다 . 정원은 키낮은 상록수 길을
따라 뒷뜰로 가는 나무문으로 이어졌다
1월의 흐린 날 . 겨울나무 사이로 내 또래
소녀를 언뜻 보았다 . 그 저녁 . 엄마가 라면을
못먹게 숨겨놓았기에 . 프라이팬에 달걀이랑
소시지를 구워 케첩을 뿌려서 . 창가에 앉아
퍼먹으며 건너집 밤의 뜰을 바라보았다
불꺼진 거실 유리창에 크리스마스트리 빛이
실루엣으로 보였다 . 나는 숲에서 나랑 닮은
동족을 발견한 토끼처럼 . 두 귀를 모으고
깜깜한 밤의 세계를 보고 있었다 . 닮은
토끼를 본 토끼에게 밤은 결코 어둡지 않았다
        
비스킷이 연애편지 도시락을 배달하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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