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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창이 나의 사춘기를 활짝
guajira  2017-12-26 17:06:08, 조회 : 18, 추천 : 3

 



내가 일곱살 때 . 아버지가 관료직을 그만 두고
관저로 쓰던 집을 이사나왔다 . 앞 뒷 마당이
넓었던 일본식 목조주택을 나와서 . 우리집은
마당이 길다랗게 이어진 빨간 지붕집으로 왔다
아버지는 무직자가 되었고 . 그때부터 엄마는
아무도 몰랐던 비상한 재능을 살려내며 시대를
훌쩍 앞서가는 재테크를 해냈다 . 희한하게도
우리집은 아버지가 일을 잃자 재력이 불어났다
꽉꽉 막힌 관료정신의 아버지 시대는 가고
엄마의 경영 시대가 찾아왔다 . 세 아이를 위한
모성애는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도록 강했다
여섯 해가 지나갔다 . 엄마는 조용하게 차곡차곡
계획한 길을 헤쳐나갔다 . 사회 전반에 파워가
있었던 외가의 도움도 있었지만 . 천부적으로
셈이 빠르고 억척 같은 정신력과 체력이 있었다
여섯해가 지나고 . 엄마는 우리가 살던 집이랑
세를 준 약국이랑 . 아버지의 온실과 별채를 몽땅
다 헐고 . 우리집 재개발을 하였다
마당이 사라지는 걸 가족들은 반대했지만
종이봉투에 든 전기구이 통닭 따위로 회유도
하면서 밀어붙였다 . 엄마의 추진력은 지극히
3공화국적이었고 . 우리네 건설 경제의
조그만 표본 단위 같았다 . 나는 열세살이
되었고 . 우리집은 3층 철근콘크리트 집이
되었고 . 나는 3층 끝방을 받았다 . 내방에는
1500밀리 폭의 높다란 창이 있었고 . 바로
그 창이 나의 사춘기를 활짝 열어주었다

비스킷이 연애편지 도시락을 배달하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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